“약방의 감초“라는 표현은 우리 일상에서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끼어드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 속담은 한약을 조제할 때 거의 모든 처방에 감초가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감초가 단순히 다른 약재의 효능을 맞춰주는 보조 역할에 그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감초는 수천 년의 한방 전통과 현대 과학이 동시에 그 효능을 입증한 강력한 약초다.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감초는 뿌리에 풍부하게 담긴 글리시리진, 글라브리딘, 플라보노이드 등의 성분을 통해 항염, 항바이러스, 위장 보호, 간 보호, 피부 미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효능을 발휘한다. 나라의 원로를 뜻하는 ‘국로(國老)‘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동아시아 의학에서 오랫동안 존중받아 온 감초의 진짜 역할을 지금부터 제대로 살펴본다.

목차
감초란 무엇인가 – 역사와 식물학적 정체
감초 한약 역할,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약초의 정체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 식물학적 특성: 감초는 콩과(Fab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학명은 Glycyrrhiza uralensis이다. 줄기는 1m 정도로 곧추 자라며 뿌리는 땅속 깊이 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뿌리는 적갈색으로 껍질이 붙은 채로, 또는 껍질을 벗겨서 약재로 사용한다.
- 이름의 유래: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특이한 향이 있어 ‘달 감(甘), 풀 초(草)‘의 이름이 붙었다. 서양에서는 리코리스(licorice)라고 불리며, 역시 ‘단 뿌리’라는 의미를 가진다.
- 국로(國老)라는 별칭: 모든 약재의 약성을 조화시켜 약효가 잘 나타나게 한다 해서 나라의 원로, 임금의 스승이란 뜻으로 ‘국로(國老)‘라 불린다. 미초(美草), 밀초(蜜草), 영통(靈通) 등 다양한 별칭도 있으며, 이는 감초가 얼마나 다재다능하고 귀하게 여겨졌는지를 보여준다.
- 동의보감의 기록: 동의보감에는 중국에서 감초를 들여와 우리나라 여러 지방에 심어봤지만 번식이 잘 되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감초는 차고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조선시대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함경도와 전라도 일부에서 재배한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국내 재배가 쉽지 않았다.
- 국산 품종 개발: 최근 2023년 국내에서 ‘원감(元甘)‘이라는 국산 감초 품종이 개발됐다. 이 품종은 중국산 감초보다 미백과 항산화 효과를 지닌 글라브리딘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약에서 감초의 핵심 역할 – 조화와 중재
약방의 감초, 수많은 한약 처방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감미료가 아니라 약재 간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는 특별한 기능에 있다.
- 약재 조화의 역할: 감초는 다른 약의 작용을 순하게 하고 모든 약물과 배합이 잘 되어 중화작용을 한다. 서로 다른 재료들을 융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한약을 만들 때 감초를 넣는다는 것이 한의학의 관점이다.
- 해독 작용: 감초는 몸속에 쌓인 중금속과 독성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해독 작용을 지닌다. 다른 약재들의 독성을 중화하고 효능을 완화시켜 효능이 적절히 배합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독성이 강한 약재와 함께 처방될 때 특히 중요하다.
- 쓴맛 완화: 감초는 특유의 단맛으로 탕약의 역한 맛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복잡한 한약 처방에서 복용의 거부감을 줄여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실용적 기능도 겸한다.
- 평활근 경련 완화: 감초는 평활근의 경련을 완화시켜 복통을 치료하고, 종아리 장딴지 근육의 경련에도 효력이 있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작용을 ‘완급(緩急)’, 즉 긴장된 것을 풀어준다고 표현한다.
- 처방 빈도: 감초는 반하사심탕, 육군자탕 등 수많은 전통 한약 처방에 자주 포함된다. 대부분의 처방에 들어가는 감초의 양은 많아도 하루 10g을 넘지 않아 적절한 처방 범위 내에서는 부작용 걱정이 크지 않다.
감초의 핵심 성분과 현대 과학이 밝힌 효능
글리시리진 효능, 감초의 주요 성분들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현대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된다.
- 글리시리진(Glycyrrhizin)의 항염·항바이러스 작용: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은 체내에서 글리시레티닉산(glycyrrhetinic acid)으로 전환되어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여러 연구에서 감초 추출물은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고, 헤르페스 바이러스, 간염 바이러스 등 특정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 간염 치료 활용: 일본에서는 글리시리진 제제가 만성 간염 환자 치료에 20년 이상 사용되어 왔다. 글리시리진은 인터페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간염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 위장 점막 보호 효과: 2025년 일본 임상영양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감초 추출물을 4주간 섭취한 위염 환자군에서 위 점막 손상 지표가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초는 위궤양, 위염, 소화불량 등 위장 질환 환자들에게 위 점막 방어 기능을 강화시켜 위산 분비로 인한 손상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 글라브리딘(Glabridin)의 피부 미백: 감초의 플라보노이드 성분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글라브리딘은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피부 톤을 맑게 만든다. 체내에서 저밀도 지질단백질(LDL)의 산화 억제, 염증 억제, 노화 방지에도 우수한 효능을 보여 한방 화장품과 기능성 화장품의 핵심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 면역 조절 효과: 글리시리진과 글리시레티닉산은 인터페론‑γ, TNF‑α, IL-1β 등 사이토카인을 통해 항염 기전에 관여하며, NF-κB 등 전사인자도 조절하는 것으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감초가 단순한 진통·소염 작용을 넘어 면역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초의 구체적 건강 효능
감초 효능, 한방과 현대 의학 양쪽에서 확인된 실질적인 건강 이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호흡기 질환 완화: 감초에 함유된 글리시리진 성분은 감기나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을 겪을 때 나타나는 가래와 기침 같은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 2024년 대한한의학회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감초가 함유된 처방을 2주간 복용한 천식 환자에서 호흡 곤란 및 기침 빈도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 소화기 개선: 감초와 다른 약초를 함께 사용하면 소화불량과 자극성 장증후군 증상이 완화된다는 증거가 있다. 특히 글리시리진을 제거한 DGL 형태의 감초는 위염, 역류성 식도염, 십이지장궤양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스피린 등 항염진통제 복용으로 인한 위장 부작용을 줄이는 데도 활용된다.
- 비장과 위장 보호: 한의학에서 감초는 비장과 위장을 보하고 혈압을 내리며 독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현대 의학에서 감초의 항염 및 점막 보호 작용으로 부분적으로 설명된다.
- 간 보호 기능: 현대 과학에서도 감초의 주성분 글리시리진과 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들이 간 보호 작용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글라브리딘은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감초 올바르게 활용하는 법과 주의사항
감초 부작용, 올바른 용량과 섭취 방법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 감초차 끓이는 방법: 물 500mL에 자감초 10g을 넣고 끓여 감초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자감초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감초의 유효 성분이 우러나와 물이 노랗게 변한다. 꾸준한 섭취를 원한다면 감초의 양과 물의 양, 시간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
- 과다 섭취 시 부작용: 감초를 하루 50g 이상씩 6주간 복용하면 저칼륨혈증이나 고혈압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글리시리진이 스테로이드 분해를 저해해 일시적으로 혈중 스테로이드 농도가 증가하는 ‘감초 유발성 위알도스테론증’이 나타날 수 있으나, 복용을 중단하면 사라지는 증상이다.
- 일반 처방 범위는 안전: 대부분의 처방에 들어가는 감초의 양은 하루 10g을 넘지 않으므로 이 범위에서는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거의 없다. 정해진 양과 복용 기간, 복용법을 지키면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주의가 필요한 대상: 고혈압 환자, 심장질환 환자, 임산부, 수유부는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 감초와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DGL 감초 영양제 활용: 글리시리진을 제거한 DGL 형태의 감초 영양제는 혈압 관련 부작용 없이 위장 보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안전한 선택지다. 식전에 복용하면 위점막 보호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결론
약방의 감초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었다. 수천 년의 한방 전통이 ‘국로(國老)‘라는 별칭으로 존중해 온 감초는 글리시리진, 글라브리딘, 플라보노이드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유효 성분을 통해 항염, 항바이러스, 위장 보호, 간 보호, 피부 미백까지 다방면에 걸친 건강 효과를 발휘한다. 한약에서 모든 약재의 약성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도 그 자체로 강력한 치료 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현대 연구를 통해 계속 확인되고 있다. 다만 ‘자연에서 온 것이니 많이 먹어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과다 섭취 시 혈압 상승이나 저칼륨혈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정량을 꾸준히 활용하는 것이 감초의 이점을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누리는 방법이다.
참고문헌
- 브런치. 우리 땅에서 자라는 허브 ⑦ 감초(甘草). https://brunch.co.kr/@gaya-story/908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감초.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0864
- 아이누리 한의원. 비장과 위장을 보하는 ‘감초’. https://inurinet.com/bbs/board.php?bo_table=doc_clinic&wr_id=495
- 헬스라이프헤럴드. 감초, 약방의 주인공: 효능과 부작용 정리. https://v.daum.net/v/yPar47PKir
- MSD 매뉴얼. 감초. https://www.msdmanuals.com/ko/home/special-subjects/dietary-supplements-and-vitamins/licorice
- 웰빙하우. 약방의 감초 효능 5가지, 부작용, 감초차 끓이는법. https://wellbeinghow.com/감초-효능/
- K‑health. 한동하의 식의보감 – 흔해서 약방의 감초? 감초는 ‘약초 중의 어른’.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64238
- MS TODAY. 김도경의 동의보감 – 약방의 감초. https://www.m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993
- 닥터팬더 블로그. 감초의 효능과 부작용 (DGL 영양제). https://drpandatv.com/blog/dgl/
- 나무위키. 감초. https://namu.wiki/w/감초



